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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아버지와 산딸기

 

 

 기억의 창고, 그 공간에는 어떤 내용이 저장되어 있을까?

 

며칠 전 친구랑 "법흥왕릉"에 다녀온 적이 있다
소나무가 가득한 왕릉 길을 걷다 보니
왕의 발치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 그 유혹을 어찌 그냥 지나치리
입안 가득 감도는 새콤달콤한 그 맛은 유년의 그 맛이랑 똑같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맛이 고맙기도 했다
정신없이 따 먹다 보니 생각나는 아버지
그 순간 젊은 내 아버지가 기억의 창고에서 걸어 나오셨다

 

하루도 쉬는날 없이 일 하시던 바지런한 아버지는
아침잠에 깨어나 보면 어느새 지게 가득 소 꼴을 한 짐 베 오셨다
눈꼽 낀 눈으로 달려가면 하나씩 전해주는 선물
칡 잎에 싼 산딸기였다
다섯 개를 소꼴속에 넣어 오셨지

진달래가 피면 한 가지 뚝 꺾어 지게 맨 꼭대기에 꽂아 오시면
아버지 발길 따라 꽃이 춤을 추었지
그 모습은 장원급게한 사람이 쓰는 "어사화" 같았다
머루도, 다래도, 빨간 홍시며 들국화까지
아버지 지게는 갖가지 선물 늘 가득했었지

 

젊은 내 아버지가 씨익 웃으며 주신
칡잎에 싼 산 딸기 풋풋한 그 맛은
말없던 울 아버지의 자식 사랑의 맛이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그러셨듯 나도 산딸기 따서 칡잎에 곱게 싸서는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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