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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꽃에 대하여.

 

 

때죽나무

 

대문 없는 동네에 살았다네

아침이면 동무들 책가방 둘러매고

문 없는 대문 안으로 들어 왔었지

"학교 가~자~"

그때도 이맘때쯤 때죽나무 꽃이

햇살 퍼지듯 아래로 향해 피었을까?

 

 

찰랑거리는 연못에

내 얼굴 들여다보는데

소금쟁이 녀석 내 얼굴을 간지럽히네

얼굴을 스윽 문지르고나면 또 간지럽히고

다시 또 간지럽히고

 

수련이 재미난 듯

활짝 웃고있잖아

장난꾸러기..

 

 

 

 

 

병솔나무

 

울 엄마 짚으로 그릇을 닦았지

제사를 모시려면 놋그릇 반들반들하게 하늘에 구름도 다 비치게

하루 온 종일을 잿물에 놋그릇 닦았다네.

그러면서 한 생을 사셨는데

엄마 손이 짚 풀이 되었다네

 

 

 

작약

 

순진한 친구가 있었지

같은 해 태어난 우리는 친구

노래를 잘 불렀지

하교 길 야생화를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

시상은 노래 못하는 내가 했었지.

산 밑에 작약 밭에 온갖 색 작약이 청중이었지..

그때가 초등학교때였지.

 

 

 

 

울 엄마가 참 유순하게 낳았다네.

친구들이랑 싸운 기억도 없고

특별하게 미워하는 사람도 없는데

세월은 자꾸 내가 거칠어지게 하는것 같아

(난 애써 세월을 탓하네

네 탓이야...)

 

마음에 나도 모르게 하나 둘 가시가 돋아나는 걸

이제야 알았다네

하나를 뽑으면 또 하나가 돋고

 

내 마음을 닮았나?

선인장이여!

낯설지가 않네.

 

 

 

 자주달개비

 

장독에 우리 엄마랑, 할머니가 일 년 농사 간장, 된장, 고추장이 익고있었지

장난심한 아이들 숨바꼭질하기에 딱 이었던

큰 간장독은 인기 최고였지

 

가부좌 틀고앉은 항아리들

반질한 얼굴이 여름 열기로 가득해질수록

우리의 놀이도 열기를 더했지

 

그러다 와장창~~

온 동네를 흔드는 소리

두 손 들고 벌서던 날

장독대에 내 발에 밟힌 자주달개비 얄밉게도 씨익 웃었지

 

지금도 고향 장독대엔 달개비 피었을까?

 

 

 

 

산 목련

 

 

붉은 마로니에

 

친구가 자취방 이름을 "마로니에"라 불렀잖아

그 친구 붓글씨도 잘 쓰고

가야금도 잘 탔지

내가 가면 작은 방이 쾅쾅 울리도록

국악을 틀어주던 친구

그 친구는 하얀색이 어울렸는데

지금도 흰색이 어울릴까?

 

붉은 마로니에를 보니

친구가 생각나더군

 

 

 

 

 

사마귀의 집..

 

저 속에 사마귀 알이 있다는걸 어릴땐 몰랐네

알았다면 소꿉놀이에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

철들고 보니 사마귀 집이었다네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집을 찾아

엄마 사마귀 얼마나 애가 탔을까?

그때는 진정 몰랐다네

많이 미안하네..미안해.

 

 

붉은 단풍..

 

 

민들레 갓털..후~~

 

 

머리 백발이 된 친구끼리 무슨 이야기 나눌까?

 

내 머리에도 서리내리고

왔던 길 돌아 갈 때

정담 나눌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너무나 좋겠네.

서로 의지하고 부대끼며 함께 걷는 길동무 한사람.

 

 

자란

 

   

 붓꽃

 

 

 노란

 

 

 

패랭이

 

 

아기나리

 

 

메발톱

 

 

해당화

 

 

어느날 길을 떠났지

혼자 배낭을 둘러매고

 

마음이 원하고

발길이 머문곳

꽃이피고 나무가 숲을 이룬 경상북도 산림환경 연구소..

가시를 뽑았지

단단하게 박힌 하나를

그리고 바람에 씻고 돌아 온 날

오랫만에 통증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네.

 

다시 그곳이 생각나네

작은 가시가 또 돋아나는가보네..

 

 

 
 
밤과 꿈( 슈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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