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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싶은 노래

얼굴

 

 

 

동그란 얼굴에 단발머리

첫 직장에서 만난 내 친구

 

가야금을 잘 탔고

붓글씨 잘 썼던 친구

봄이면 보온병에 녹차 가득 우려 담고

경주 남산을 오르며 문인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지

접시꽃 당신, 지란지교를 꿈꾸며, 니체, 태백산맥...

그러다가 꽃이라도 발견하면

세상 다 얻은 듯 행복했던..


난 쉬는 날이면 가야금을 배웠는데

어찌나 무섭게 가르쳐주던지

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

덕분에 고향의 봄, 오빠생각, 따오기, 반달..을 연주 할 줄 알았는데

이젠 그마저 다 잊어버렸네.

친구의 작은 자취방을 “마로니에”라 이름 짓고

김영동, 조통달 음악을 듣던 작은 전축도 그립네


내 결혼식장에서 “얼굴”을 부르며

서럽게 울던 친구


내 파릇하던 20대를 함께한 친구는

서울로 시집을 가서 두 아들 엄마가 되었지

올 사월 남산에 솔향기 가득하면

친구 손잡고 옛날 그랬듯이

문인들 이야기 나누며 우정을 챙기고 싶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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