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넌 아니?
흰 제라늄 ..얼마나 아파야 저 색이 되는걸까?
키르단서스...분홍색 꽃을 피웠다.
며칠을 우울하던 하늘에는 기어이 비를 내린다
저 비속에는 봄이 들었을까?
아니면 남은 겨울이 들었을까?
빗방울마다 따스하고 향기로운 봄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베란다에는 흰 제라늄이 꽃을 활짝 피웠다
저 꽃이 필 때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어제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내 친구를 보며 난 가슴이 너무 많이 아프다.
그렇게 소식이 궁금했고 보고 싶었던 친구.
처음 우리가 친구가 된 여고 1학년
산골에서 유학 온 나는 모든 게 어리둥절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었던 그 입학식날
작고 당당하며 넘치는 카리스마를 가진 친구가 눈에 띄고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난 산내에서 온 ***다 니는 이름이 뭐꼬"
그렇게 처음으로 사귄 친구
같이 불교학생회 가입해서 토요일엔 함께 절에 가고
아마도 처음으로 불교학생회 간 그날이지 싶다
친구가 집으로 초대를 했다
"울 엄마가 니 꼭 델꼬 오라 캤다"
그렇게 간 친구네를 난 지금도 잊을 수없다.
엄마가 작은 소반에 술상을 차려놓고 반겨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친구랑 친구엄마는 내게 다시없을 귀한 사람이 되었다.
꿈많고 작을 일에도 가슴이 뛰던 여고시절 친구 덕분에 더 멋지게 보낸게 맞을 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직장을 다니면서
친구랑 엄마랑 나 셋은 더 가까워지고 주점에서 호프집에서
일요일이면 엄마가 주먹밥을 만들어 등산도 다니고...
그러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는 결혼을 했고 만삭일 때도 엄마는 살구를 한봉지씩 나눠 주기도 하셨다.
늘 행복만 할것 같았던 우리에게 아픔은 얼마나 쉽게 찾아오던지
친구의 딸아이가 다섯살때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고 말았지.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두 아이 데리고 이사를 다니고 그러다가 연락이 끊긴 친구를 어제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작은 체구는 더 작아지고 초췌한 얼굴엔 피로가 가득하고
그리고 흰 머리카락 성성한 누가봐도 중년의 여인 내 친구가 내 앞에 서있었다.
친구는 내 볼을 부비면서 "그대로네.."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난 가슴이 먹먹해서 한마디도 못하고.
큰 아들 대학 결과 기다리고 있고
작은 딸아이 자퇴하고 맘고생 시킨다는 이야기를 남겨두고
우린 서로 연락처 주고받고 헤어졌다.
꿈은 아니겠지
말문이 막혔던 난 집에 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모르게 울고있었다.
그리고 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잘살지.
퇴근한 남편 가슴에 안겨 굵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울고있다
저 꽃은 얼마나 아픈걸까?
저 흰 빛의 꽃이 필 때까지 어떤 아픔이 있었을까?
지금 내 가슴만큼 아플까?
이 아픔을 표현할 길없고
그저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
'가시나 잘살지.....'
저 비속에 따뜻한 봄이 들어 있었으면
부활..친구야 너는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