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내린 뜰
2008. 5. 15. 16:51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꿈
부제: 경주남산
시...정일근
꿈없이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만,
내 어린 시절부터 꾸었던 꿈은 시인,
지금도 시인의 꿈을 꾸고 있으니, 무릇 시인이란
꿈을 꾸는 사람, 경주 남산의 돌부처 속으로 들어가
심장에 더운 피를 돌게하고, 잠든 돌들의 잠도 깨워
천 년 꿈을 노래 부르게 하는 사람
꿈이란 용장사터 삼층석탑 위로 아득히 흘러가는
한여름 구름 같은 것이라고, 혹은 천룡사 빈터로 거둘 것 없는
가을 홀로 지는 저녘놀 같은 것이라고, 그대는
낮게 낮게 속삭여 주지만, 사람의 삶도 한낱
꿈과 같은 것, 자고 깨는 짧은 꿈과 나고 죽는 긴 꿈 속으로
오늘도 나는 걸어가고 있으니
어느날!
시를 쓰는 이 긴 꿈에서 깨어나면, 못다 꾼 시인의 꿈을
꿈밖의 또다른 내가 얼마나 허전해하랴,
더운 여름날 잠시 잠깐 모감주나무 황금빛 꽃이
기쁨으로 피어나듯,
나 역시 남산 산그늘에 머물며 남가일몽 같은 꿈속을
살다 갈지라도, 시는 내 꿈이니, 정녕 깨기 싫은 내 꿈이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