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함께
능에 올라서서 (금척 고분군)
햇살이 내린 뜰
2008. 2. 18. 10:28
경주에서 건천으로 가는 국도변에 자릴잡았다.
능에 올라서니 내 그림자가 선연하다.
잠시 난 어린왕자가 되었다.
내 존재의 미약함을 깨닫게하는 나무 그림자
오래 터를 잡았음을 말해주는데
터줏대감
(어린 왕자의 별에 바오밥나무가 저런 모습일까?
아니지겠만 억지를 부려본다
왜냐면 난 어린왕자이고 싶었으니깐.........)
길에 선다
얼마 못 가 되돌아올 길을 나선다
돌아올 길이지만 떠나야 하는
난 나그네인가보다.
오래전 떠난 이의 흔적을 찾는 일
무수히 해와 달이 뜨고 진 시간의 흔적
고분 위에 올라서니 난 어린 왕자가 된 기분이다
작은 별에서 바오밥나무와 장미 한 송이랑 사는 어린 왕자
능의 꼭대기는 어린 왕자의 별 같았다.
무엇을 찾았을까?
무엇을 보았는가?
그림자처럼 손에 잡히지 않을 그 무엇을 위하여 달려온 길
다시 능을 내려가야 한다
누군가 태어났고 누군가 떠나갔고
그들의 작은 흔적은 왜 이리도 아련하고, 애달프고, 가슴 울렁거리는지
능에서 터잡고 사는 저 나무는 죽은 이의 혼을 만났을까?
잎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에는 오늘 하루를 부지런히 살고서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만이 걸려 마지막 혼을 불사르고 있는데.
내가 떠난 빈자리에는 그림자도 남지 않으리
그래도 난 발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희미한 내 존재를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