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원효스님 제사날

햇살이 내린 뜰 2007. 5. 17. 09:07
 

 

  

 

 

 

 변어정...어르신들은 저 우물에서 물을 길어 드셨다 하네.

           최근까지 사용한 우물.

 

 탑재들..저 한장한장이 모전탑을 이루는 몸이라..

 

 

여행 그 알싸한 단어. 그것도 천 삼백년 전으로 떠난다면

어떠할까?


우연찮게 들린 분황사. 며칠 전부터 모전탑이 보고 싶어 들렀다.

담장 밖으로 풍악 소리 들리고 왁자한 소리들...

무슨 일?? 원효스님의 제삿날이란다,

그렇게 난 느닷없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

국악연주와 부채춤..흥겨운 마당이었다.

어느 제삿날이 이렇게 흥겨울까?

과연 원효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전탑 앞에 영정이 마련되어있고 형형색색 연등이 걸렸고

국악단의 창에 어르신들 춤추고 한 곡으로 예정된 창이 두곡 세곡..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네.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드는데

“새댁 음복주 한잔해라..”

낯선 어르신 막걸리 잔을 건네신다. 어찌 마다하리요.

그 할머니 세잔을 연거푸 따라주시네.

노래, 춤, 술이 있는 원효마당.

대선사는 저 모습을 원했을까? 대중들이 춤추는 세상을.

신라의 큰 사람, 태산같이 큰  자연인이며 선지식

또 무엇으로 원효를 말할까?

모여든 사람들 원효와 분황사를 건립한 선덕여왕 이야기며

변어정 원효 상..

원효가 입정하자 아들 설총이 원효의 화장한 재를 모아

원효랑 똑 같은 상을 만들어 분황사에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공양했다(삼국유사)

각가지 설화를 이야기하며 막걸리 잔을 들었다

 

신라 최초의 탑 모전탑

원래는 9층 아니면 7층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안산암을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한장 한장 쌓으며

신라의 여왕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왕권은 약하고 잦은 외세 침략

시끄러운 내외정세를 불법의 힘을 빌려 안주하려 했을까?

여왕이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에 그 높은 탑을 쌓아놓고

간절하게 염원했을 모전탑.

 

어느 순간에 무대는 다 정리되었고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

순간 잠을 깨듯 현세로 돌아왔다

꿈같이 흘러간 신라로의 여행

흠뻑 젖은 옷을 바라보니 갑자기 아득해진다

아직도 서라벌에는 원효가 살아 숨을 쉰다는 생각에

가슴에 뜨거운 불길이 솟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