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놋전분식

햇살이 내린 뜰 2007. 3. 23. 09:50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 호롱불 켜던 시절로


우리 동네 밤은 유난히 길었었다.
적어도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해 까지
그해 가을쯤 전기가 들어 왔으니
더 이상 호롱불 아래서 오 남매 그림자놀이를 할 수 없었고

앞머리 자글자글 그을리지 않았으니..

 (예전에 고향동네 장터에 가게들이 저런 모습이었지...)


놋전분식 전깃불이 막 들어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시간을 딱 멈춘 듯한 .
허름한 집
그곳에는 젊은 시절 내 아버지가 기분 좋게 대포 한잔했음직한 분위기가 아직도 넘실댄다
노란 양푼에 잔치국수 말아 나오고

양은 냄비에 콩나물국 시원하게 끓여 옛 정을 돌이켜 보게 하는 정취

언제였단가?
최고로 편안한 분위기에 동동주 한 잔 부담 없이 마셨던 곳

 

 

 (메뉴판..많기도하여라 뭘 골라먹지?)

 

 

                                                              (투명유리문 방에서 밖이 다 보인다.초등학교때 앞 문구점이 생각난다 아직도 저런 문이 있었네.)

 

 

벽면이 울퉁불퉁한 어릴 적 우리 집 사랑방 닮은 방에서
어제는 예쁜 친구랑 아구찜 하나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소박한 차림이 정겹고 같이 나온 곰국처럼 뽀얀 뜨물 숭늉의 구수함은
함께 간 친구의 마음처럼 반갑다

 (지금도 먹고싶다..저 한상)

 

 놋전분식이 위치한 이곳은  수년 내 사라질 동네이다
문화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철거 중이니깐
거듭나는 이곳의 모습이 자뭇 궁금하지만
호롱불 켜던 그 시절 분위기인 놋전분식이 사라질 것 같아
친구와 나는 미리 아쉬워하며
해거름이 내려앉는 경주로 발길을 옮겼다
"친구야 다음엔 동동주 한잔하자
너와 나 어제 서산에 걸렸던 붉은 태양처럼 발그레한 낯빛으로

먼 훗날 기억의 한자락이 될 추억을 역어 보자
그땐 우리 놋전분식을 기억해 내겠지.."



이생강 대금연주  황성옛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