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추억에 잠기는 시간.

햇살이 내린 뜰 2007. 3. 20. 02:17

한 잎 떼어 씹어본다
떨뜨럼하면서 향긋한 솔향이 입 안에 감돈다


어머니의 한 달치 약을 들고 옥녀봉에 오른다
파릇하게 돋은 쑥이며
인동초잎
봄 바람난 참꽃은 몽실거리는 마음 주체를 못하고
이 빗속에 분홍 연지 바르고 기어이 나왔다
그리고 노란 생강나무 꽃,,너도?ㅎㅎ
물 오르기 시작한 봄

 

 

                                   <봄 바람난 참꽃>


산속에서 홀로 비를 맞으며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다
얼마 만인가?

찬 빗 방울 마다 어린 날의 이야기 한 방울씩 맺힌다


우산도 필요 없었다
학교길에 갑자기 비를 만나면 피할 곳 도없었고 오롯이 온 몸으로 맞았던
그런 날이면 아랫목에는 비에 잦은 교과서들이 널려있었지
오빠책,,언니책,,금새 한 방 가득했던
오르막 황톳길은 금새 미끄럼틀이되고 비닐포대를 오르막에서 타고 내려오는 스릴은
산골 아이들의 특권이었네
그날은 한가해진 엄마는 칼국수며 수제비를 만들어 주셨지
멸치 우린 다싯물에 감자 넣고 텃밭에서 뽑아온 파 숭숭 썰어 넣고 가마솥 한가득 끓여주시던..
농사지은 밀로 뽑은 국수며 밀가루로 만든 누렇고 볼품없었던 음식들
난 다른집 뽀얀 밀가루가 늘 부러웠지
지금은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귀한 음식인데

 

 

       <생강나무도 노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추억에 잠겨 오르다 보니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드네
서둘러 하산하는 길

어머님의 한달치 양식은 비닐봉지 속에서
나의 평생 양식인 산골의 추억은 가슴속에서
비를 촉촉하게 맞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