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싶은 노래
얼굴
햇살이 내린 뜰
2007. 3. 2. 12:54
동그란 얼굴에 단발머리
첫 직장에서 만난 내 친구
가야금을 잘 탔고
붓글씨 잘 썼던 친구
봄이면 보온병에 녹차 가득 우려 담고
경주 남산을 오르며 문인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지
접시꽃 당신, 지란지교를 꿈꾸며, 니체, 태백산맥...
그러다가 꽃이라도 발견하면
세상 다 얻은 듯 행복했던..
난 쉬는 날이면 가야금을 배웠는데
어찌나 무섭게 가르쳐주던지
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
덕분에 고향의 봄, 오빠생각, 따오기, 반달..을 연주 할 줄 알았는데
이젠 그마저 다 잊어버렸네.
친구의 작은 자취방을 “마로니에”라 이름 짓고
김영동, 조통달 음악을 듣던 작은 전축도 그립네
내 결혼식장에서 “얼굴”을 부르며
서럽게 울던 친구
내 파릇하던 20대를 함께한 친구는
서울로 시집을 가서 두 아들 엄마가 되었지
올 사월 남산에 솔향기 가득하면
친구 손잡고 옛날 그랬듯이
문인들 이야기 나누며 우정을 챙기고 싶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