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숨은 글찾기)
두부.
햇살이 내린 뜰
2006. 11. 20. 09:38
노란 콩을 씻어서 불리고, 맷돌이 등장하면
눈치 빠른 형제들 슬금슬금 다 도망가고 남은 한 사람이 잡혀 할머니랑 맷돌을
돌렸었지.
불린 콩은 왜 그렇게 갈기 어렵던지
의자를 들고 벌설 때 보다 팔은 더 아팠어.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저어주다 끓으면
콩 갈은 걸 베자루에 넣고 눌러 짰지
그리고 그 뽀얀 콩물을 계속 끓이다 어느 순간에 간수를 넣으면
몽글몽글 엉기는 순두부가 되네.
그때면 맷돌 돌리며 아팠던 기억은 잊어버리고
신기하기만 했었지.
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동네 분들 하나둘 모여들면
한 대접씩 순두부랑,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두부가 나오고
큰 양푼엔 김장김치 수북하고..
노루꼬리 만큼 짧은 겨울 해는 서산으로 모습 감춘지 오래되었네.
엄마가 옆지기를 불렀네.
“안 바쁘면 잠시 왔다가시게..”
난 오랜만에 몸살이 단단히 났어, 누웠었고
딸이랑 남편이 친정엘 다녀왔네.
뭘 그렇게 보내셨는지.
무, 떡, 고추,상치,그리고 두부랑 비지..
종일 굶고 누워있던 난 두부를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갑던지
그 고소함은 종일 잃어버린 입맛을 돌려놓네.
‘아직 울 엄마 힘 있네..’
전화를 드렸네.
“힘 드는데 두부는 왜 만들었노..”
“내가 힘 있을 때 엄마가 만든 거 먹어봐야지 언제 먹어볼래?
심심하기도 하고..“
그렇게 자식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었나보다.
노인네..
외할머니 두부 맛이 최고라는 아이들
빈 석에 삼킨 몸살약이 효과를 내는지
엄마 두부가 특효약인지
몸도 마음도 개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