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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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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신현림 낙타 시: 신현림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서하영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맑고 투명한 그 무엇으로 함초롬히 적셔주는 시를 만날 때가 있다. 가장 적절할 때에 가장 적절한 언어로, 어쩌면 사는 일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시를 휴일 아침에 만났다. 여기에 그 시를 옮긴다. ............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詩: 예인 이른 새벽 찬 공기를 안고 내려..
부부의 일곱 고개 부부의 일곱 고개 일단 결혼한 부부들은 싫든 좋든 다음과 같은 일곱 고개를 넘어야 한데요. 첫째 고개는 환상의 고개로 신혼부터 3년쯤 걸려 넘는 고개로 갖가지 어려움을 비몽사몽간에 웃고 울며 넘는 눈물고개. 둘째 고개는 타협의 고개로 결혼 후 3-7년 동안에 서로에게 드러난 단점들을 타협하는 ..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과 마음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과 마음 이채 사는 일에 묻혀서 안부를 묻기에도 바쁜 나날들, 그러나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명절의 기쁨 부푼 마음에는 벌써부터 보름달이 뜹니다 고향의 단풍은 여전히 곱겠지요 이웃과 벗들이 정겨운 그곳엔 나이를 먹어도 어릴적 꿈이 살아 숨쉽니다 고향의 들..
풍년/ 오승강 풍년 詩: 오승강 저녁상을 앞에 두고도누구도 먼저 수저를 들지 않았다.올해는 농사가 풍년이라서고추도 작년 반 값 밖에 되지 않았고담배도 등수가 훨씬 낮아진다고 했다. 나는 울 수가 없었다.화자도 순옥이도중학 안 간다며요즘은 숙제도 해 오지 않았다. 중학을 왜 안 보내다른 것은 못 해도니 중..
소풍 길 소풍 길 안도현 따라오지 말라 했는데도 끝까지 따라오는 요놈, 꽃다지 또, 꽃다지 가랑비 소리없이 내려 습자지에 물 스미듯 꽃잎에도, 풀잎에도 흙에도 스며듭니다 빗물 스며든 자연은 우리에게 줄 또 다른 감동을 조용하게 준비하겠지요? 아침에 읽은 한 편의 시 안도현님의 소풍 길이 가랑비처럼 ..
아득하면 되리라 아득하면 되리라 시/박재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 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
오늘은.......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입니다 시간의 아침은 오늘을 밝히지만 마음의 아침은 내일을 밝힙니다 열광하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다운 것이며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배웁니다 부족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