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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에.. 전라도 땅에서 경상도에 있는 내게 그 먼 길을 달려와 품에 안긴 선물 포장을 뜯는 손이 가늘게 떨린다. 그 속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문학지들 귀한 모습에 울컥한다. 얼굴도 본적 없는 분이 내가 전해준 주소하나에 서슴없이 보내준 책들 어찌 귀하지 않을 수 있으리. 작은 가슴에 큰 흥분이 넘실댄다. ..
홍시.. 산골의 겨울 해는 유난히 짧았지 긴긴밤 출출해 질 때면 엄마는 큰 함지박에 살짝 얼은 홍시와 살얼음 동~동~ 동치미를 내 오셨지 홍시의 그 달콤함과 소름이 돋도록 찬 동치미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네 몇 번을 들었는지도 모를 할머니 옛날이야기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
연필을 깎아라 연필을 깎아라..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운동장에서 입학하던 날 밤 아버지는 거친 손으로 연필을 깎아주셨다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듯 한 모습으로 그 옆에 앉아 마른 침을 조심스레 삼키며 아버지 손끝 만 바라보았지. 육각형의 향나무에서는 신선한 향이 퍼졌고 곧이어 나타난 까만 흑연..
욕심.. 욕심 집안을 둘러본다. 정리정돈은 애초에 포기한 우리 집 눈이 가는 곳마다 책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위인전, 역사책, 시집 각종 단행본 방에도,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부엌에도.. 누가 집 주인인지 모르겠네. 어릴때 부터 유달리 책에 욕심이 많았었다. 결혼 전 월급 날 되면 제일 먼저 달려간 곳도 ..
나를 위한 시간. 팔랑팔랑 나뭇잎 눈 내려 소복이 쌓인 공원 저마다 할 이야기 많은가보다 밟을 때마다 바스락 거리네. 겨울채비 중인지 양 볼이 볼록한 다람쥐 귀엽다. 아휴..발이 시린지 빨간 발을 한 비둘기 녀석들은 내가 곁에서 서성거리는데도 아랑곳 않고 연신 땅을 쫒아댄다. 초겨울 황성공원은 겨울 채..
다시 읽는 책 친구야 겨울을 재촉하는 비인지 종일 추적거리며 온 도시를 적신다. 김장을 하려다가 배추를 뽑지 못해 책을 읽는 중이다 이 책 기억나니? “시원스레 폭우가 내리듯 그대의 시름에도 한 줄기 폭우가 내려 씻겨 내리길 바랍니다“ ..2005.8.19.. 우린 찻집에서 차를 마셨고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서 내게 ..
두부. 노란 콩을 씻어서 불리고, 맷돌이 등장하면 눈치 빠른 형제들 슬금슬금 다 도망가고 남은 한 사람이 잡혀 할머니랑 맷돌을 돌렸었지. 불린 콩은 왜 그렇게 갈기 어렵던지 의자를 들고 벌설 때 보다 팔은 더 아팠어.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저어주다 끓으면 콩 갈은 걸 베자루에 넣고 눌러 짰지 그리고 그..
만남.. 그 아픈 만남 만남은 언제나 반갑고 즐거운 건만은 아닌가 보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지만 어제처럼 가슴 아픈 만남.. 퇴근 후 곧장 어머님 계시는 병원에 갔었다 비어 있던 옆 침대에 새댁이 이웃이 되어 누워있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맞다. 그 후배가 분명하네. 여고 때 서클에서 만난 후배였다. 무..